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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했으나10월29일 한국 정원의 가치를 전해온 신지선 월하랑 대표가 서울 경복궁에 서 있다. ⓒ시사IN 신선영
“특이하다는 생각, 안 드셨어요?”
경북 영주의 부석사 석축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신지선 월하랑 대표가 물었다. 보통은 그냥 돌로 만든 벽이겠거니 하고 넘기지만 신 대표는 달랐다. 당시에는 대부분 다듬은 돌을 쌓아 올리거나 아래에 큰 돌을 놓고 위로 갈수록 작은 돌을 놓았는데 부석사 석축은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했다. ‘자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교하고 ‘인공 오션릴게임 ’이라고 보기엔 자연스러웠다. 큰 돌들 사이를 메운 작은 돌이 조화를 이루었다. 12년 전, 신 대표는 한 편의 추상미술 같은 부석사 석축 앞을 한 시간 넘게 서성였다.
신지선 대표는 국가유산수리기술자이자 정원문화 기획자다. 한국 정원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교육, 강연, 전시 기획 등을 해오고 있 모바일야마토 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의문이 들어 다시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30대 초반,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해야 하나 생각할 무렵 국가유산수리기술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전국 답사를 떠났다. 경주 월지에 놓인 돌 1000개, 봉화 청암정 다리, 부석사 석축에서 옛 한국 정원의 예술성을 발견했다 릴게임사이트추천 . 2013년 가을, 그 한 달이 인생을 바꾸었다.
원체 공간을 감각하는 능력이 탁월한 그는 20대 때 배낭여행 중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고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 비슷한 수준의 감흥을, 옛 한국 정원을 보면서 또 느꼈다. “바티칸이 위대하다는 건 모두가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알지만 한국 정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방치되어 있다시피 한 정원 유산의 현실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면 국가 차원에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까. 한국정원문화연구소 월하랑을 설립한 이유다. 최근에는 전국의 한국 정원 중 서른 곳을 추려 〈당신 곁의 한국 정원〉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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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석축은 자연석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해 만들었다. ⓒ신지선 제공
책에 소개된 한국 정원 중에는 보길도 세연정, 경주 동궁과 월지, 담양 소쇄원, 창덕궁 낙선재 등 알려진 유적지도 있고 애써 관심 갖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곳도 있다. 궁궐·연못·절·집·정자 등 정원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꽃과 나무로 장식된 예쁜 공간’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건축이 어떤 조형물을 바라보는 데 집중한다면 나는 조형물과 외부 공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정원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각각의 공간보다는 그 공간의 흐름에 집중했다. 석축도 외부 공간과 관계 맺는 하나의 방식이라 정원의 영역에 두었다.”
정원의 핵심은 식물이 아니라 돌
정원이라고 하면 식물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핵심은 식물보다 돌이다. 몇백 년이 지나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가치를 지켜주는 게 돌이기도 하다.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 관련 고서적을 봐도 식물 얘기는 거의 없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원을 조성할 때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돌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이다. 과거에는 자연 재료를 쓸 수밖에 없었고 단단한 소재는 돌 아니면 흙을 구운 벽돌 정도였다. 한국 정원 고유의 특징도 거석(큰 돌)이다. 한국 정원을 ‘자연과 하나 된 정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자연 중에서도 거석은 특히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다. “변치 않고 무언가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한국 정원들 면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거석이 그에 적절한 자연물이었다.”
창덕궁 낙선재 뒤 화계와 괴석. 낙선재는 궁에 있는 화계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신지선 제공
옛 정원은 그 자체로 고가의 미술품처럼 사치재였다.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조선이라는 가난한 나라의 정원은 화려함과 멀었다. 대신 뽐내야 할 필요가 없어 부담도 적었다. 이미 있는 자연에 그대로 들어가버리는 걸 선택했다. 신 대표는 일본과 중국의 옛 정원을 둘러보며 ‘나와 동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국 정원에서는 공간의 주인을 한번 만나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가령 구례 운조루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쌀독이 있어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쌀을 가져갈 수 있었다. 쌀을 가져가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도록 사랑채 누마루가 대문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작지만 배려심이 느껴지는 구성에 마음을 빼앗겼다. “뭔가를 이루고 성취하고 화려하게 사는 인생도 있지만 소소해도 의미 있고 단정한 삶이 있지 않나.” 그게 한국 정원이다.
책에는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경복궁에 대한 소개도 있다. 많은 방문객이 궁의 광활한 크기 때문에 경회루까지만 구경하고 감상을 마치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예뻐지니 주저 말고 뒤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왕비의 정원 ‘아미산 화계’가 대표적이다. 창덕궁도 낙선재, 부용지, 대조전 화계, 연경당 등 〈당신 곁의 한국 정원〉에 네 차례나 등장한다. 서로 다른 왕이 각각의 이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담긴 이야기도 다르다. 유네스코에서는 정원을 ‘한 문화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우리 문화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창덕궁이다.
책에 담은 서른 곳 중 신 대표가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장소는 담양 명옥헌이다. 조선 중기에 지어진 별서로 지당(물이 괴어 있는 곳) 하나에 정자 하나가 있는 단순한 구조다. 그런 곳은 숱하게 많지만 명옥헌은 사소한 변화를 통해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보통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정자를 지당보다 훨씬 높이 짓거나 아예 가까이 두는데 명옥헌은 거리가 애매하다. 언덕 위에 있지만 권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언덕의 높이와 기울기의 절묘함 때문에 살짝 내려다보는 사이 상념에 빠진다. 사소한 차이이지만 연출력이 탁월하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배롱나무 길을 걸으면 터널에 들어온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한국 정원에 가봤으면 좋겠다. 서울에 산다면 창덕궁에 계절별로 가보길 권한다. 비 오는 날도, 한적한 날도 좋다. 대전 근처라면 남간정사와 명재고택이 가깝다.
담양 명옥헌의 배롱나무.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밝은 빛과 함께 언덕 위 정자가 보인다. ⓒ신지선 제공
신 대표는 한국 정원을 공부하기 위해 한자를 익히고 고사를 찾고 성리학을 공부했다. 중국의 역사를 파고들어야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인생의 진로를 바꾼 답사를 다녀온 지도 12년이 지났다. 한국에도 정원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은 줄었지만 한국 정원에 대한 무관심은 여전하다. 통일신라시대 정원이 불국사 계단 앞 소나무 숲 아래 묻혀 있으나 복원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건축물이나 탑이라면 몰라도 정원 유산 복원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와 정원 문화의 위상이 동시에 올라갔는데 ‘한국 정원’과는 또 결이 다르다.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한국 정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신 대표는 “문화와 예술을 보는 나만의 고유한 방법론 같은 게 생긴 것 같아 이걸 또 다른 데 적용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간을 “외로운 길”이었다고 요약하지만 그는 인터뷰 전날에도 소쇄원과 남간정사에 다녀왔다. 다음 날에는 경복궁 투어 일정이 있었다. 늘 한국 정원 곁에 머무르는, 거석 같은 존재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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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admin@slotnara.info
“특이하다는 생각, 안 드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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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핵심은 식물이 아니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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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낙선재 뒤 화계와 괴석. 낙선재는 궁에 있는 화계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신지선 제공
옛 정원은 그 자체로 고가의 미술품처럼 사치재였다.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조선이라는 가난한 나라의 정원은 화려함과 멀었다. 대신 뽐내야 할 필요가 없어 부담도 적었다. 이미 있는 자연에 그대로 들어가버리는 걸 선택했다. 신 대표는 일본과 중국의 옛 정원을 둘러보며 ‘나와 동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국 정원에서는 공간의 주인을 한번 만나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가령 구례 운조루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쌀독이 있어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쌀을 가져갈 수 있었다. 쌀을 가져가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도록 사랑채 누마루가 대문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작지만 배려심이 느껴지는 구성에 마음을 빼앗겼다. “뭔가를 이루고 성취하고 화려하게 사는 인생도 있지만 소소해도 의미 있고 단정한 삶이 있지 않나.” 그게 한국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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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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