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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맨부커상을 받아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여전히 미지의 작가로 남아 있었다. 3년 후 국내에 처음 번역됐고, 이후 한 출판사의 뚝심으로 주요작 대부분이 소개됐다. 헝가리어 번역가를 찾지 못해 '사탄 탱고'(1985)는 독리버스펀드
일어를, '저항의 멜랑콜리'(1989) 등 나머지 작품들은 영어를 중역했다. 해외 문학을 접하는 가장 큰 난제인 언어라는 산을 두 번 넘어야 그의 문학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데뷔작이자 대표작 '사탄 탱고'는 어둡고 우울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첫 장만 읽어도 그가 왜 '묵시록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바다이야기게임
다. 낡고 버려진 것들로 가득한 황량한 마을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1980년대 헝가리의 집단농장 주민들은 서로를 불신하며 타지로 떠날 생각만 한다. 희망이 거세된 것처럼 보이는 마을에 뜻밖의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사라진 줄 알았던 인물 이리미아시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과거 마을을 빈곤에서 구했던 인물이기에 다시 희망이 싹틀 것이다. 소설은 ‘메증권불패신화
시아 알레고리’의 면모를 띠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리미아시는 공산당에 부역했던 인물로, 구원자 행세를 하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갈취한다. 불쌍한 소녀의 죽음을 이용해 사람들을 선동한다. 그가 외친 황금시대는 허구일 뿐이다. 주민들은 몰락하고 정체불명의 종소리를 찾아 나서지만, 주위에 교회는 없다.
한림원은 “종말의 두려움 속에서도 예언적 위너스클럽
통찰과 강렬한 언어로 예술의 힘을 증명했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소설은 공산권에 대한 저항이나 붕괴가 불러일으키는 비극적 묵시록이라기보다는 권력이 존재하는 사회 전체를 향한 비극적 우화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가 평생 존경한 카프카가 파멸하는 개인을 그린다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몰락하는 군상에 주목한다. 1985년 작인 이 소설이 현재 상주식팔때
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노벨문학상 발표 다음 날 평화상이 발표됐다. 수상자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였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발표 전날까지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수상은 유예됐고, 가능성은 올해보다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SNS에 ‘치포칼립스 나우’(Chipocalypse Now)라는 제목으로 도심을 비행하는 헬기와 불바다를 배경으로 군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게재했다. 치포칼립스는 시카고(Chicago)와 아포칼립스(Apocalypse·종말 대재앙)의 합성어다. 베트남전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을 빗대어 시카고에 군을 투입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언행은 논리적 의구심 이전에 생리적 거부감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트럼프 자신도 위선적이며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125회 노벨문학상은 트럼프의 ‘치포칼립스 나우’에 대한 화답처럼 들린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와 지지자들에 대한 묵시록적 충고로 들리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언어를 빌려서 말하자면 이렇다. ‘마치 (트럼프의) 시간 전체가 영원의 훨씬 더 큰 공간 속에서의 경박한 막간극처럼 보인다’.
임훈구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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